우리는 언제부터 물건을 많이 소유하게 되었을까

집에 있는 물건을 한번 찬찬히 둘러보세요.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큰 가전제품과 많은 가구들을 소유하게 되었을까요? 물건이 늘어난만큼 행복해졌나요?

 

혼자 살든 여럿이 살든 평범한 가정이 필수로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꼽아보면 대략 냉장고, 세탁기, TV, 가스렌지, 장롱, 밥솥 등이다. 아울러 소파, 침대, 화장대, 김치냉장고, 전자렌지, TV장, 책상과 의자, 책장, 식탁, 서랍장, 옷걸이 또한 요즘 사람이라면 대부분 갖추고 있는 품목이다. 어디 이뿐만 있으랴. 행거, 수납장, 소파 테이블 등 찾을수록 수두룩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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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사진의 제품은 글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음을 알립니다.

어느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집 안을 둘러보다가 큰 물건들이 참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단칸방에는 장롱과 서랍장, TV와 수납장, 냉장고, 가스렌지, 세탁기 외에 다른 큰 물건은 전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난 십몇년은 많은 가구와 전자제품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살았다.

부모님 세대에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가스렌지, 밥솥조차 당연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전후에 태어난 부모님의 신혼시절에는 이러한 전자제품이 집에 없었다. 아버지께 전해들으니 연탄불에 밥을 해서 당일 다 먹었고, 김치처럼 보관이 필요한 음식은 찬물을 부은 다라에 담가서 차게 유지했다고 한다. 빨래는 물론 어머니께서 직접 다 손으로 하셨다. 나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 모든 전자제품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부모님의 신혼시절에는 가구도 장롱과 서랍장 외에는 없었다고 한다. 가끔 시대극이나 사극을 봐도 한옥집의 방에는 서랍장만 덜렁 있는 경우가 많은데 별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과거에는 다들 참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았다.

문명의 흐름이 바뀌는 격변의 시대에 태어난 나는 편안한 가구와 편한 전자제품이 현대문명의 고마운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우리가 시간을 벌어서 많은 바깥 활동을 하고 집에서는 편히 쉴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물건의 수와 크기가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전자제품이 그렇다. 예전에는 작은 냉장고 한 대가 다였는데 지금은 크기가 두 배로 늘었고, 추가로 김치냉장고도 필요하고, 이 김치 냉장고 또한 요새 파는 것은 냉장고만큼 커졌다. 요새는 아예 아파트 주방이 800리터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맞춤으로 규격화돼 나오는 곳도 있다. 가스렌지 대신 오븐을 두는 집도 많다.

그런데 과연 더 크고 많은 물건들이 꼭 필요한걸까. 생각해보면 어린시절에는 큰 냉장고는 물론 화장대, TV장, 책장, 소파, 침대, 식탁조차 없어도 불편하다는 것을 몰랐다.

얼마전까지 혼자 살 때만 해도 내 방에는 책상과 의자, 행거, 가스렌지, 100리터짜리 냉장고가 큰 물건의 전부였다. 이것만 있어도 나는 생활하면서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러나 물건을 가장 많이 소유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물건이 적을 때보다 불편했고 행복하지도 않았다. 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계속 더 편하고 나은 제품을 찾아 헤맸다.

월급을 탈탈 털어 계속 물건의 크기와 개수를 늘려가고, 이런 물건들 때문에 집이 좁아지니 더 큰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빚을 내고, 이를 갚으려고 또 아등바등 일하는 사이에 진짜 행복은 저만치 멀어지기만 했다.

너무 편한건 우리에게 득이 아닌 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물건이 적다는 건 편함보다 훨씬 좋은 홀가분함이라는 기분 좋은 감정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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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0T11:06: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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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리
'가장 단순한 것의 힘-인생을 바꾸는 미니멀워크' 저자 탁진현. 심플라이프 운영자. 7년차 미니멀리스트. 삶을 간소화하는 것은 개인, 가족 그리고 나아가 사회와 지구를 치유한다고 믿습니다. 집, 몸, 돈, 일, 관계, 마음 등 단순화에 대한 영감과 노하우를 제공합니다. 칼럼기고/강연강의/인터뷰 문의는 friend@simplelife.kr, 010-6662-9431 [운영자소개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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