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 진정한 심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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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천하는 심플라이프의 목적은 단순히 집 정리가 아니다. 나는 내 삶에서 불필요한 모든 것을 떨쳐서 자유로워지고, 그 빈자리에 가치 있는 것들로 채우고 싶다. 4년 전 나름의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물건 줄이기에 눈을 뜬 내가 이후 집, 몸, 돈, 일, 관계, 시간, 생각, 말, 마음 등 삶 전반으로 단순함을 확장한 이유다.

 

삶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힘을 준 몇 권의 책이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힘들 때마다 법정스님의 여러 책들을 보며 무소유의 삶을 동경했는데, 물건 비우기에 눈을 뜨고 나서 무소유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실생활에 꼭 필요한 지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단순한 삶에 관련된 책을 50권 이상을 읽고 내 나름의 삶에 적용해나갔다. 그 중에서 2012년쯤 읽은 프랑스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의 책 <심플하게 산다>는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삶을 단순화하는 것을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도미니크 로로에게 영향을 준 고전이 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에 쓰인 프랑스 목사 샤를 와그너의 책 <단순한 삶>이다. 미국에는 <심플라이프>라는 이름으로 번역 소개됐는데,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극찬을 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얼마 전에야 읽었는데, 오래 전 읽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에는 비록 요즘 나오는 심플라이프나 미니멀라이프 책들처럼 실천하는 방법 같은 건 자세히 나와 있지 않지만 삶에서 왜 단순한 삶이 필요한지를 생각, 말, 의무, 욕구, 기쁨, 돈, 명성, 가정생활과 사회생활, 아름다움, 교육 등 분류를 나눠서 자세히 설명한다. 120년 전 쓰인 책인데도 복잡한 현대인의 삶과 상당히 닮아있다.

 

“옷이 한 벌 밖에 없는 여성들이 매일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꼭 필요한 음식만 절제하며 먹는 사람들은 내일 무얼 먹을까 고민하지 않는다…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는 샛길로 빠지지 말아야 하고, 쓸모없는 짐들 때문에 거추장스럽지 않아야 한다.” (<단순한 삶> 중에서)

 

이것이 내가 추구했고 지금도 추구하고 있는 심플라이프의 핵심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불필요하거나 덜 중요한 모든 것들이 내가 가는 길에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완성된 사람은 아니고 그 길을 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지만, 지난 4년간의 내 경험으로 보아 단순한 삶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아래는 고전 <단순한 삶>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구절과 그에 대한 내 생각(->로 표시된 부분)을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다.

단순한 삶_표지

  1. 욕구(물건)

“오로지 물질적인 번영 속에서 행복을 찾는 이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차라리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편이 낫다…음식, 옷, 집에 대한 취향의 단순함은 독립과 안전의 원천이다. 단순하게 살수록 미래는 보장되고,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불운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 물건, 음식, 옷 등 우리는 필요 이상의 것을 소유하고 있다. 더 나은 것, 더 많은 것, 더 편리한 것, 더 맛있는 것만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삶의 방식으로는 우리의 아등바등한 삶이 끝나지 않는다. ‘더’를 충족시키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괴로워하며 일하고, 대출을 하고, 집 크기를 늘리고, 소비하고, 다시 돈이 필요하고…악순환이다. 가장 좋아하고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있고, 필요 이상의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건강해지고, 집 크기를 늘릴 필요도 없고, 그에 따라 많은 돈을 벌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1. 아름다움

“존재의 시적인 아름다움은 우리가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의 집이나 탁자, 그리고 차림새는 우리의 의도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은 의도를 가져야 하고, 또 그 의도를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집과 옷에 기품과 매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꼭 부자일 필요는 없다. 훌륭한 안목과 선의만 있으면 된다.”

-> 우리가 집과 옷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내게 좋은 것이 아니라 좋아보이는 것을 샀기 때문이다. 옷과 같은 경우에는 내가 아닌 남의 기준에 맞춰 고르기도 한다. 물건들이 내 의도를 담지 않았기 때문에, 즉 내게 최적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나은 것을 찾으며 끊임없이 사들이고 그 결과 잡동사니만 늘어난다. 비싼 물건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몇 십 만원 주고 산 옷 중에도 입지 않는 것들이 꽤 되지 않은가. 훌륭한 안목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지만,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가다보면 필요와 불필요를 구분하는 힘이 길러진다.

 

“‘이게 나한테 얼마나 벌어다 줄까?” 일해서 생계를 보장하려면 누구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기에 이 질문은 타당하다. 하지만 그 한계를 넘어 인생 전체를 지배하는 순간 파국으로 치닫는다.

-> 행복하기 위해서 돈을 버는 건데 많은 사람들이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살고 있다. 돈에 이끌려 사는 ‘돈의 노예’가 된 것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소유하기 위해, 10년 후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많은 행복을 희생한다.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희생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힘들게 일하다보면 어느새 행복은 저 멀리 달아나있다. 현재와 미래의 행복한 삶이 목적이 되어야지, 돈이 목적이 되면 괴롭다. 물건을 비롯해 음식, 시간 등 삶의 모든 것을 간소화, 단순화하면 돈에 끌려 다니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1. 정보

“신문을 많이 읽을수록 문제를 명확하게 보기가 오히려 더 힘들다…결국 세상에는 부패한 사람들밖에 없고 청렴한 사람들이라곤 몇몇 시사평론가들 밖에 없구나 하고.”

-> 세상을 살아가려면 세상이 돌아가는 소식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뉴스를 읽는 것이리라. 그런데 샤를 와그너가 산 120년 전 프랑스에도 인터넷 시대에 사는 현재에도 뉴스는 가치 있는 정보만을 담고 있지 않다. 특히 인터넷 시대에서는 자극적이고 불필요한 정보들이 많아서 가십 위주로 치우쳐있다. 비단 뉴스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접하는 모든 정보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는 머릿속에 필요와 불필요한 정보가 함께 뒤섞여 혼란스럽다. 무엇을 해야할지 결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뉴스도 다른 사람들의 SNS도 잘 보지 않는다. 차라리 머릿속이 백지 상태에서 꼭 필요한 정보만 찾아서 흡수하는 편이다.

 

  1. 생각

“생각의 영역도 정리될 필요가 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면 자신이 있는 위치도, 나아갈 방향도 알지 못한 채 무한하게 촘촘히 얽히고설킨 가시덤불 속에서 길을 잃고 배회하기 때문이다…우리가 삶에 대해 떠올리는 어떤 생각보다도 삶 그 자체가 먼저라는 말이다.”

-> 생각이 많으면 삶이 괴로워진다. 우리의 머릿속을 잘 들여다보면 매일 하는 생각의 대부분이 과거의 집착과 후회, 미래의 걱정과 불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은 살라고 있는 것이지 고민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이 올라와서 괴로워질 때면 머릿속을 비우는 연습을 한다. 그것은 일상에서 깨어있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생각이 공격할 때마다 아 내가 또 ‘현재에서 벗어났구나’하고 알아차린다. 이는 명상의 한 수행법인데 물론 쉽지 않다. 인간의 머릿속이란 딴 생각이 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전보다는 괴로움은 줄일 수 있다.

 

 

“더는 의미를 왜곡하거나, 에둘러 말하거나, 말을 일부러 뭉뚱그리거나 둘러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말은 모두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 뿐이다…모름지기 말은 사실을 보조해야지 사실을 대신하거나 지나치게 윤색한 나머지 그 사실을 잊히게 해서는 안된다”

-> 살면서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돈보다 관계다. 직장이나 가정에서나 인간관계로 인해 비롯된 문제가 삶을 복잡하게 만든다. 관계를 맺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그것은 말로써 드러난다. 우리가 관계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소통, 즉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통이라는 것이 특별한 스피치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나는 오히려 말할 때 머리를 굴리느라 관계가 더 복잡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말을 할 때는 배려 외에 부차적인 것은 필요 없다. 과장도 허세도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가장 단순한 말이 의미를 잘 전달한다.

 

이 밖에 여러 항목들이 있었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서 여기까지 줄일까 한다. 나머지는 책의 문구만 짧게 소개한다.

 

  1. 관계

“꼭 두드러져야 하는 것이 있다면 오로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하는 바람뿐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더 겸손해지고, 더 다가가기 쉬워진다.”

 

  1. 가정생활

“우리는 누구 앞에서든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모습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가족이 많을 필요도, 집이 넓고 화려할 필요도 없다. 가족적인 정신만 있으면 얼마든 가족적인 삶을 만들 수 있다…더는 가정생활을 포기하면서 불확실한 우리 존재의 슬픔과 공허를 키우지 말자.”

 

  1. 교육

“교육은 자유로운 인간들을 양성해야 한다. 더 비싼 장난감을 사주고, 파티를 더 많이 열어주고, 신기한 오락거리를 더 많이 준다고 해서 아이가 더 즐거워하진 않는다…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방법도 검소하게 택하고, 무엇보다도 생각 없이 억지로 욕구들을 만들지 말자.”

Copyrightsⓒ 심플라이프(simplelife.kr)

2016-12-10T11:06:15+00:00

About the Author:

심플리
'가장 단순한 것의 힘-인생을 바꾸는 미니멀워크' 저자 탁진현. 심플라이프 운영자. 7년차 미니멀리스트. 삶을 간소화하는 것은 개인, 가족 그리고 나아가 사회와 지구를 치유한다고 믿습니다. 집, 몸, 돈, 일, 관계, 마음 등 단순화에 대한 영감과 노하우를 제공합니다. 칼럼기고/강연강의/인터뷰 문의는 friend@simplelife.kr, 010-6662-9431 [운영자소개 클릭]

One Comment

  1. 초록이 2016년 11월 1일 at 9:13 오후 - Reply

    좋은 내용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관심가지던 주제에 대해 더 알게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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