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평생학습관] “심플라이프, 저에겐 삶의 자유를 찾는 과정이에요”

얼마전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관 웹진과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제가 심플라이프를 운영한게 2014년 겨울부터이니 벌써 1년 반이 약간 넘었는데, 지금쯤이면 저라는 사람이 누군지 정도는 심플라이프에 공개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왜 단순한 삶을 시작하고 지난 4년간 어떻게 실천했는지, 그리고 왜 심플라이프를 만들었는지 이야기합니다.

참고로 이번 인터뷰는 [기획 연재] 다른 삶은 가능하다 라는 주제로 이뤄진 건데요. 저는 4번째 주자로 나섰습니다. 소비사회에 사는 우리지만 물건을 비롯해 내 삶에 불필요한 모든 것을 비움으로써 가치있는 것에 집중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참고로 글 하단의 집 사진은 제가 바로 얼마 전인 올 봄까지 살던 집입니다. 꼭 필요한 것만 최소한만 가지고 살자는 제 나름의 원칙에 따라 당시 가구라고는 책상과 행거만 있었습니다.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이곳엔 책장이 있어서 책상 위는 아무 것도 놓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다음 기회에 지금 제가 살아가는 모습을 한번 더 공개하겠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수원시 평생학습관 웹진 사이트로 이동해 인터뷰를 볼 수 있습니다 . 저에 앞서 인터뷰한 세 분의 또 다른 삶에 대한 이야기도 글 마지막에 있는데, 좋은 글이라 이것도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www.wasuwon.net/104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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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다른 삶은 가능하다④ 심플 라이프는 물건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것에 집중 하는 것

 

탁진현(미니멀리스트)

“내 삶을 구속하는 것을 버리는, 삶의 자유를 찾는 과정”

 

결핍의 해결, 그러나 또 다른 결핍의 탄생

 

1970~1980년대에 유년기·청소년기를 헤쳐 나온, 영어로 하자면 ‘long long time ago’이고 우리 정서로 하자면 ‘호랑이 곰방대 물던 시절’ 이야기 하나.

우리는 5남매였는데 나라 살림도 그렇거니와 집안 형편도 거시기 해서 옷을 물려 입거나 함께 공유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추레한 입성에 대한 고민은 개나 줘버린 시절이었고, 나는 위로 누나가 세 명이어서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유니섹스 스타일의 강제 선구자 역할을 해야만 했다. 공책은 연필로 한번 쓰고, 지워서 다시 쓰고, 볼펜으로 세 번, 곰탕 우려먹듯 그렇게 완벽하게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사용하는 것이 철칙이었다. 얇은 습자지의 일력(日歷)은 붙어 있을 때 보다는 유효 기간이 지나 떼어진 후에 우리 가족들에게 더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그리고 그 일력을 득템한 날은 기쁜 마음으로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

그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물자가 풍부해진 오늘날, 역설적이게도 부족 때문이 아니라 과잉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고칼로리 음식을 과하게 섭취한 청소년은 비만에 시달리고 있고 성인은 끊임없는 소비를 하고 있지만 만족감 보다는 오히려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물자 결핍은 해결되었으나 더 강력한 결핍이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물자의 소유를 향한 기대와 욕구가 일종의 삶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그 욕구가 충족된 지점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부모님 원수를 갚기 위해 각고의 노력으로 무술을 연마하여 목적을 달성하였지만 그 후에 밀려드는 허무함, 그런 홍콩 영화의 전형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시대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 했습니다”

몇 년 전 이 자동차 광고를 보았을 때 심사가 매우 뒤틀렸다. 어떻게 저런 천박한 광고가 공공연히 전파를 탈 수 있었는지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성공, 행복, 잘 사는 기준이 오직 돈이나 소유하고 있는 재화로 등수 매겨지는 사회. 그래서 사람들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게 되고 유독 한국은 그 욕망의 밀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단순한 삶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관련 서적도 지속적으로 발간되고 있고 아예 ‘심플라이프’라는 이름의 출판사가 만들어져 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심플 라이프를 주제로 한 카페는 개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북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보면 이것은 한 사회의 재화의 충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다. 인류가 도달한 최고 수준의 문명과 물질의 풍요가 결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과 반성이 심플 라이프 혹은 미니멀 라이프의 토대가 되고 있다. 그래서 심플 라이프는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잘 정리하는 수납의 기술이나 공간 활용의 지혜가 아니라 본질적인 삶의 가치에 주목하도록 하는 방법론이자 더 적극적으로는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유용한 나침반이기도 하다. 이런 심플 라이프를 4년 전부터 시작해 온 한 미니멀리스트를 만나 보았다.

 

저희 웹진 독자를 위해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신문사에서 한 십 년 정도 근무했는데요, 대중문화와 관련된 부분을 맡아 뮤지컬, 영화, 방송, 클래식, 전시 등을 담당했습니다. 그만둔 지는 2년이 되어가고, 지금은 홍보 대행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심플 라이프 사이트(http://simplelife.kr)를 만든 것은 회사를 그만둔 직후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워드프레스를 이용해 직접 개설했고, 준비 과정을 거쳐 2014년 겨울에 오픈해, 비영리로 운영하고 있어요. 단순한 삶을 실천한 것이 4년 정도 되었는데, 내가 이것을 통해 행복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그 방법에 대해, 방법이라기보다는 영감? 작은 영감이라도 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이트는 아니었습니다. 작년 겨울 사사키 후미오가 쓴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가 화제에 오르면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제가 책을 낸 것도 아니고,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있는 것뿐이었는데도 여기저기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출판 준비를 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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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진현 씨

 

최악의 상황에서 우연히 시작된 심플 라이프

 

심플 라이프를 실천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회사를 그만두기 전, 심플 라이프를 시작할 때 쯤 힘든 순간이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남들에게 피해 한 번 주지 않고 열심히 착하게 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삶이 너무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서 집 크기를 늘리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고 살아왔는데요. 게다가 소심한 편이라 남에게 모진 말도 못하고,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며 살아왔고요. 그랬는데도 삶에 있어서 최악이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일에 쫓기며 삶의 여유가 하나도 없었고,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도 컸었습니다. 대중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일이긴 했지만, 매체 간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가십 위주로 흘러가는 특성 때문에 일을 하는 의미도 잃어버리게 되었고요. 쫓기듯 살다 보니 건강도 무척 안 좋아졌습니다. 아무거나 먹으며 끼니도 제때 못 챙기고 하면서요. 일에 대한 스트레스, 건강의 악화, 거기에 좀 부끄럽지만 실연까지 당했었고요. 세 가지가 한 번에 오니 못 견딜 지경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난 착하게 살아왔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 분노하다가, 우연히 학창시절 머릿속이 복잡할 때 책상정리를 했던 것처럼 정신 산만한 집과 방을 하나씩 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던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확 정리한 게 아니라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 온 거네요.

그렇죠. 물건을 정리하다보니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소비 습관은 그대로다 보니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습니다. 정리를 한 후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가도 금세 다시 뒤숭숭해지고, 머릿속도 항상 맑은 게 아니다 보니 집착, 분노, 불안이 쉽게 찾아오곤 했습니다. 사실 그게 정상이기도 하고요. 물건 비우기가 전부가 아니다, 내 마음을 함께 비워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몸이 안 좋았기 때문에 몸에 불필요한 것들도 비워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을 함에 있어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개선할 방법을 생각해보게 됐죠. 상사와 시스템을 탓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고, 그러면서 불필요한 시스템을 나름대로 혼자서 개선해보게 됐습니다. 내 삶에 불필요한 모든 것들을 개선하기 시작했죠.

 

사람의 하루하루는 소비의 연속이고 그렇게 형성된 소비욕구는 개인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사회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소비욕구라는 것은 워낙 강력하고 질기기 때문에 삶의 태도가 바뀐다 해서 쉽사리 소비 욕구가 조절되는 것은 아닐 텐데요.

맞습니다. 내 몸에 익히는 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한 번으로 없어지는 게 아니라, 계속 돌아가고 돌아가고 하더라고요. 가만 봤더니, 저의 소비습관에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생각 없이 충동 구매하기도 했고, 물건을 고르는 안목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옷을 사더라도 나에게 맞는 옷을 사야하는데 마네킹에 맞는 옷을 사면서 헛돈을 쓰게 되었고요. 물건을 샀는데 자꾸 불필요한 것이 되고, 돈을 버리게 되고, 그러면 다시 아등바등 돈을 벌기 위한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그런 시행착오를 몇 년 동안 한 것이지요. 하지만 고쳐집니다. 비우고, 소비습관을 잡다 보면, 나한테 뭐가 필요하고 뭐가 불필요한지 구별하는 힘이 길러집니다. 보는 안목이 생기고, 그래서 구분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소비욕구를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만 선별적으로 구매를 하게 된다는 것인가요?

물건에서 필요와 불필요를 구별하는 힘이 길러지니까, 내 몸에서, 일에서, 관계에서의 필요와 불필요를, 삶의 전반에서 구별하는 힘이 길러지는 것 같았습니다.

 

4년간의 누적된 행위에 의해서 본인의 안목이 생겼다는 것인데, 그 안목이 길러지기 전까지 이게 나한테 필요할까 하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인가요?

저는 워낙 집착이 많은 사람이라 비우기도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나를 보면서도 내가 이것을 비워야할까 말아야할까 수십 번을 생각합니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필요하고 무엇 때문에 불필요한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로 어떤 면에서 나한테 필요하고 불필요한지를 생각하게 되고요. 저는 물건을 살 때 바로 사지 않습니다. 최소한 한 달 이상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소비 습관이 잡혀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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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한 불필요한 물건들

 

물건이 비워지면서 높아져가는 행복지수

 

이런 삶을 4년 정도 이어왔는데, 예전에 비하면 본인의 행복은 어떤 것 같나요?

심플 라이프를 추구하며 내 삶이 확 바뀌었다, 이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삶의 행복 지수는 훨씬 높아졌습니다. 어떤 절대적인 행복지수라기보다는 개인적으로 느끼는 부분이요. 물건이 비워지고 나면 그 동안 앞만 보고 살던 삶에서 옆을 돌아볼 여유가 생깁니다. 그러면서 내가 놓치고 있던 행복들을 다시 찾게 되고, 내가 진짜 행복을 느끼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지금도 저는 완성된 사람이 아닙니다. 실마리를 찾았고, 계속해서 찾아가고 있는 중이죠.

 

심플 라이프가 단순한 물건의 소유 여부가 아니라, 진정한 관계, 행복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장치라는 것이지요?

저는 돈만 있으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았고, 집 평수 늘린다고 열심히 살았는데, 십 년 전에 비해 집의 크기는 늘었지만 제가 느끼는 행복은 그 순간이 최악이었거든요. 돈의 가치가 절대적인 행복의 기준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물건을 비워나가면서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 돈이 많다는 것이 내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구나 또 한 번 깨우쳤습니다. 그러면서 물건을 비운 자리에 내가 놓치고 있던 현재의 소중함을 발견하면서 행복 지수가 늘어났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좋은 직장을 관두고 왜 저러고 있지, 저게 뭐 행복하겠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굉장히 행복해졌습니다. 남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워졌고요. 사실 돈을 벌어야 해서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남의 시선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는 것도 컸습니다. 그런데 몸이 나빠지면서 6개월 정도 병가를 냈는데, 회사에서는 그 이후에 다시 돌아오라고 했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6개월 뒤에 다시 돌아가도 괴로운 삶이 반복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사표를 내고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것 같아요.

 

심플 라이프 트렌드의 우려점

 

한때 웰빙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만 웰빙이 가진 진정한 의미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먹을 것인가로 전락해버린 부분이 있습니다. 심플 라이프도 어쩌면 그런 유행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심플 라이프에 사람들이 왜 관심을 가지는 것 같나요?

약간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습니다. 최근 ‘먹방’을 지나 사회적으로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잖아요. 사람들이 물건을 비우고 나면 비포 애프터 비교사진을 찍어서 올리는데, 어떻게 보면 보기만 해도 인테리어를 한 것처럼 살기 좋은 집이 됩니다. 집도 훨씬 넓어 보이고요. 사람들은 넓은 집에 살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물건을 비웠더니 깨끗하고 넓은 집이 되는 것이 바로 보이거든요. 하지만 심플 라이프가 단순히 이런 인테리어의 측면으로 보이는 것이 약간 우려스럽긴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집값과 전세값이 폭등하고 소득은 적은 현실 속에서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느껴져서 물건을 줄이며 돌파구를 찾는,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으로만 좁혀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사회 속에서 너무 많은 정보와 물건이 쏟아지다 보니, 결정 장애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사회 속에서, 머릿속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일도 많고요. 비우다보니 그런 것들로 인해 복잡하던 머리가 맑아지고, 거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심플 라이프, 자유를 향한 수행 과정

 

심플 라이프가 단순히 소비만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궁극적으로 내 삶이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없으셨나요?

저는 심플 라이프에 대한 확실한 목적이 있습니다. 가치 있는 것으로 채운다라는 것을 뛰어넘어서, 내 삶을 구속하는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싶습니다. 내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 말입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내면 내 삶을 구속하는 것을 버릴 수 있을 거고, 삶의 자유를 찾게 되는 거겠죠. 저는 자유가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수행하는 과정처럼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 부분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거의 종교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그럴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제가 아무것도 갖지 않고 살고 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사회에서 사는 사람이고 최소한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살 것입니다. 어쨌든, 내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살면서도, 삶의 모든 것들이 발목을 잡지는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시작해보자

 

생각은 쉽지만 막상 실천하는 것은 어렵잖아요. 관심은 있지만 망설이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저도 중간에 시행착오와 좌절, 다시 시작하는 과정들을 많이 반복했습니다. 마음이 조급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심플 라이프 열풍으로 ‘정리’가 뜨고 있는데요. 정리를 하는 건 좋은데, 그러다가도 금방 예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한 번의 변화로 내 삶이 한꺼번에 변한다고 생각하면 괴로울 수 있습니다.

마음을 좀 느긋하게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물건을 정리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 일상에서 조금씩만 해도 됩니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편하게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짧게 보지 말고, 인테리어를 하듯 내 집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마인드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그게 없다면 요요현상처럼 돌아가는 순간이 올 때마다, 집안은 어질러지고 마음이 복잡해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끼어들면서 괴로워지거든요. 사실 다시 돌아올 때가 더 괴롭습니다. 그러니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하면 좋겠습니다.

 

집안의 물건을 정리할 때 본인만의 기준이 있는지요.

전 물건에 집착이 많은 편이라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 순으로 정리했습니다. 쉬운 것의 예를 든다면 유통기한 지난 것이나 기간이 오래된 서류들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중복된 물건들, 여러 개 있는 손톱깎이나 필기구들요. 제가 가지고 있던 필기구가 100개 쯤 되는 것 같아요. 그 이후에는 2년 동안 안 입는 옷들처럼 애정 없는 것들을 비워냅니다.

그 이후에 비워내기 어려운 것들이 오는데요. 쓰지 않지만 언젠가 쓸 것 같아서 못 버리는 것들. 이런 것들이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 다음에는 비싼 물건. 내 체형에 맞지 않아서 입지는 않는데 몇 십만 원 주고 산 코트 같은 것들의 차례입니다. 그리고 추억의 물건들도 있습니다. 헤어진 애인에게 받은 물건이나 선물들요.

이런 식으로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 순으로 비워나갔습니다. 처음에는 불필요한 것을 비워나갔다면, 나중에는 한계를 정하고 내가 필요한 것 이상은 모두 버렸습니다. 불필요한 것과 필요 이상의 것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릅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낼 때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막 비워냅니다. 그런데 그러다보면 처음에는 내 삶에서 얼마가 필요한 것인지 모르는데, 버리다보면 내가 이것만으로도 살 수 있다는 기준이 생깁니다. 제가 원래는 200벌 정도 가까이 되는 옷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한 40벌 정도거든요. 이것만으로도 살 수 있는데 너무 많이 소유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게 보이게 되면 한계를 정해서 그 이상의 것은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항상 내가 소유한 물건이 그 이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필요한 게 생기면 가진 물건을 내보낸 이후에 새로 들이도록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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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과 행거만 있는 방

 

 

소중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관계도 재구성

 

물건만이 아니라 삶 전체를 조절했다고 하셨잖아요. 물건은 어떻게든 정리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쉽지 않을 듯 한데요.

제가 10년 기자 생활을 하다 보니 연락처가 총 1,500개가 넘었습니다. 그런데 연락처는 많아도 정작 친하고 챙기는 사람은 많지가 않았습니다. 물건을 쌓아놓는다고 다 필요한 게 아닌 것처럼 연락처도 똑같았습니다. 그런 것들을 비워낼 필요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리멤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연락처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핸드폰에는 내가 챙겨야 할 사람 50명 이내만 저장해두고 좀 더 소중한 관계를 챙길 수 있도록 하고, 리멤버는 DB로 활용해요.

관계 때문에 괴롭기도 했습니다. 만나면 괴로운 관계들이 있는데도 만나야 하다 보니 힘들었습니다. 관계라는 게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데, 나쁜 일이 있다면 극복해서 화해해야지 라고 보통 생각하는데요, 내 마음이 안 좋은 상태에서 만나면 더 악화되는 관계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무조건 만난다고 능사가 아니다, 내 마음이 편할 때 만나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절교가 아니라, 사람을 만날 때는 내 마음이 행복해지는 사람을 만나고, 내 마음이 행복한 상태에서 만나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건을 정리하는 것처럼 사람을 정리한다는 건 아니지만요. 사람 관계에서 가장 좋은 건 물 흐르듯 지켜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삶을 지향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수행이 거기까지는 안 된 것 같아요.

 

소비의 조절로 지출비용이 줄었을 것 같은데요. 계산해본 적이 있습니까?

금액으로는 절반 정도 준 것 같습니다. 일단 소비를 하는 빈도가 줄었습니다. 사실 비우기로 한 다음에도 돈의 소비는 많았습니다. 그 동안 물건을 너무 저질로 사서, 내 삶에 불편을 줬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정도를 넘어서요. 의자만 세 번을 샀습니다. 고르는 안목이 없어서였죠. 앉을 때마다 허리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슬리퍼는 샀는데 계속 물이 새고. 그런 것들을 교체하면서 초기 비용이 꽤 들었지만 필요한 과정 같습니다. 내가 모든 것을 소유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내 삶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들은 구비해야 하는 거죠. 근데 그 지점을 넘으면 다시 소비가 줄어듭니다.

 

사회나 지구의 문제와 맞닿게 되는 심플 라이프

 

심플 라이프는 개인의 삶의 행태가 기본인데, 개인의 단순하게 사는 삶이 사회와 접점을 맺어 이를테면 소비, 효율, 경쟁 중심의 모습에 어떤 유의미한 변화를 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 회사에 대한 불만을 달고 사는데 심플 라이프를 통해 느낀 건 사회가 변하려면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건을 비워 나가며 변한 것 중 하나는 기부를 많이 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일단 안 쓰는 물건부터 기부를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고, 또 소비가 줄면서 자원을 절약할 수 있고, 그러면서 사회와 세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는 일회용품을 줄이고, 쓰레기도 줄이게 될 수 있고요. 처음에는 환경보호 차원보다는, 나를 위해 일회용품을 쓰지 않았습니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사실 거의 없습니다. 건강이 안 좋았을 때, 그런 부분에 무척 민감해졌습니다. 그 시점부터 화학성분이 들어간 것들은 모두 내버리고 가공식품도 끊었습니다. 가공식품에 포함된 합성색소, 향, 조미료들이 우리 몸에 좋지 않고,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사용하는 것들이니까요. 그런 것들을 덜어내면서 결국 궁극적으로 사회와 지구의 문제와 맞닿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심플 라이프 삶 속에서 더 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단순한 삶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심플 라이프라는 사이트를 만든 것도 그래서입니다. 블로그가 아니라 사이트를 만든 이유는 혼자 알려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바랐습니다. 제가 만든 사이트는 다른 사람들도 글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거든요. 사실 작년까지는 제가 혼자 떠들 뿐 많은 공감은 없었는데,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계기로 이런 삶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가능할 수 있겠다,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물건을 산다면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고, 물건만이 아니라 자기 삶의 문제들을 점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오늘과 같은 인터뷰나 강의, 준비하는 책도 좋고, 여러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마다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 양말을 개키다 보면 꼭 짝이 맞질 않는다. 누가 물어가는 것도 아닐 텐데. 그리고 또 하나. 주기적으로 안 입는 옷을 정리하고 있는데도 매년 퇴출 대상 옷이 나오고 있다. 옷에 대한 미련도 애착도 별로 없는데 말이다. 우리가 소유한 것 중에 실제 사용되어지는 것은 20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엄밀한 과학적 데이터가 아니지만 퇴출되고 있는 우리집 의류를 비추어 보건데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닐 듯 싶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스템 속에서는 소비가 미덕으로 추앙 되고, 그래서 인간은 ‘소비하기에 고로 존재하는’ 호모 컨슈머리쿠스가 된다. 이에 반해 사용가치를 벗어난 상품은 어느덧 사람들 사이의 위계질서를 구축하는 상징가치로 작동하며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오르게 된다. 그러기에 그랜저 광고가 당당히 나오고 루이뷔통이 활기차게 거리를 누비고 다니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적은 ‘빨갱이’가 아니라 소비를 안 하는 것이다. 그러니 심플 라이프는 자본가에겐 치명적 재앙일 수도 있다. 아니 단순하고 소박하게, 본질적 가치에 더 집중해서 살아가겠다는 사람에게 ‘반자본주의 전위’라는 불경한 딱지를 붙이다니.

날이 더워서 너무 멀리 나왔다. 일단 이번 주말에 집 정리를 해서 아름다운가게로 달려 갈 일이다. 심플하게.

 

인터뷰&글_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

정리_홍미라(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fusion_builder_column][/fusion_builder_row][/fusion_builder_container]

2016-12-11T10:25:4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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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단순한 것의 힘-인생을 바꾸는 미니멀워크' 저자 탁진현. 심플라이프 운영자. 7년차 미니멀리스트. 삶을 간소화하는 것은 개인, 가족 그리고 나아가 사회와 지구를 치유한다고 믿습니다. 집, 몸, 돈, 일, 관계, 마음 등 단순화에 대한 영감과 노하우를 제공합니다. 칼럼기고/강연강의/인터뷰 문의는 friend@simplelife.kr, 010-6662-9431 [운영자소개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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