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때문에 심플라이프 실천이 불가능하다고요?

지난번 포스팅한 미니멀라이프, 심플라이프에 대한 오해와 진실 편에 이은 속편입니다. 이번에는 비우기를 실천하면서 가족과 갈등을 겪는 경우 대처하는 방법, 소비를 하지 않는다에 대한 오해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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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가족이 있으면 실천이 불가능하다?

미니멀라이프, 심플라이프 실천 과정 속에서 가족과의 갈등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나 역시 물건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부모님과 갈등을 겪었다. 거실과 주방은 함께 쓰는 공간인데, 이곳에 쓰지 않는 물건이 쌓여있으면 눈에 거슬려서 비워내려 할 때마다 부모님이 버리지 못하게 호통을 치셨다.

그러나 부모님이 물건을 버릴 수 없는 배경을 이해하고 나서 이내 타협을 했다. 1945년에 농촌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배고픔을 뼈아프게 겪었다. 내가 물건을 비우는 데 이유가 있듯이, 아버지에게도 물건을 쌓아둘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또 내게는 불필요하고 하찮은 물건처럼 보여도 부모님 나름의 소중한 추억이 있는 물건은 있다. 이젠 버리기 전에 상의해서 버릴 것은 버리되 부모님이 버리기 싫어하는 것은 놔두는 편이다.

그 대신 나에게 더욱 집중했다. 우리가 비워야 할 건 물건만이 아니다. 일, 돈, 관계, 생각, 마음 등 우리 인생에서 불필요한 건 생각보다 많아서 자신의 주변 정리만 해도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나의 경우 4년, 횟수로는 5년째 실천 중인데 이건 한 번에 끝나는게 아니라 수행처럼 평생을 해야하는 거구나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 먼저 실천하고 긍정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면 가족도 마음을 열게 된다. 4년 전만 해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에는 잡동사니 투성이였지만, 지금은 비교적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부모님이 쓰지 않으면서도 못 버리게 하는 물건들은 있다. 그러나 이제는 가끔 먼저 나서서 불필요한 것들을 비우시기도 한다.

물건을 비우기까지는 그 이유를 납득할만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해보면 나의 비우기 과정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버리지 못하는 습관 때문에 비우기 박스에 쓰지 않는 물건을 넣어놓고 적게는 한 달, 길게는 반년이 흐른 뒤에야 비울 수 있었다.

어느날 심플라이프 모임에서 만난 한 남성분이 우리나라 남성들은 입대하자마자 미니멀리스트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물건이 입대 전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자발적으로 물건을 줄인 게 아니라 타의에 의해 한 번에 줄였기 때문에 제대하고 나서 참았던 욕구가 폭발해 이것저것 사들였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비우기를 한다고 하면 나는 서둘러 한꺼번에 비우기보다는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주고 천천히 할 것을 권유하는 편이다. 물건을 비우면서 서서히 달라지면 이것이 좋은 습관으로 굳어지고, 긍정적인 변화를 본 가족도 버리는데 인색하지만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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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미니멀리스트는 소비하지 않는 짠돌이, 짠순이?

누군가는 최소한의 삶이라면서 소비를 계속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의 삶은 필요 이상의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지 무조건 소비를 줄이고 소유하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 인간이라면 살아가는데 있어서 침구, 옷 등 기본적인 물건은 필요하다. 스님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제약 속에서 홀가분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좋은 방법은 최소한의 물건으로 만족스럽게 생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면에서 ‘미니멀라이프=버리기’의 공식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불필요한 것을 비우는 것은 맞는데 필요한 것에까지 아등바등하면서 돈을 아끼는 건 아니다. 나는 최소한의 물건만 있지만 사는 공간에서는 기분 좋게 살기 위해 마음에 드는 물건들로만 채워놓았다. 옷장속의 사계절 옷도 40벌 밖에 되지 않지만, 오랫동안 입을 수 있고 내게 잘 어울리는 옷들로만 구비하기 위해 교체하는 중이다.

또한 나이에 따라 처한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기 때문에 필요한 것들은 달라질 수 있다. 옷의 경우 지금의 교체 작업이 다 끝나더라도 계절이 바뀌면 필요에 따라 1~2벌 정도는 구매할 생각이다.

그리고 물질적인 소비를 줄인 대신에 경험 중심 소비를 하는 편이다. 물건을 비우고 나면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들만 남기게 되는데, 나의 경우엔 소중한 관계, 새로운 경험 등이 행복을 위해 필요한 거였다. 가족과 함께하거나 친구를 만나는 것, 무언가를 즐기거나 새로운 걸 배우는 것에까지 돈을 짠순이처럼 아끼는 건 아니다.

단순히 비우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삶에 가까워질 수 없다. 채움은 비움을 완성하는 과정 중 일부다. 비움만 하면 부족하고 채움만 하면 과잉이지만, 비움과 채움이 균형을 이루면 삶이 윤택해진다. 즉, 최소의 삶에도 중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움을 통해 삶을 가치 있는 것들로 채우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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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0T11:06:15+00:00

About the Author:

심플리
'가장 단순한 것의 힘-인생을 바꾸는 미니멀워크' 저자 탁진현. 심플라이프 운영자. 7년차 미니멀리스트. 삶을 간소화하는 것은 개인, 가족 그리고 나아가 사회와 지구를 치유한다고 믿습니다. 집, 몸, 돈, 일, 관계, 마음 등 단순화에 대한 영감과 노하우를 제공합니다. 칼럼기고/강연강의/인터뷰 문의는 friend@simplelife.kr, 010-6662-9431 [운영자소개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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