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연재①] 물건&집 편 – 비울수록 채워지는 것들

홈리스의 자활을 돕는 자선잡지 <빅이슈>에 심플라이프 미니멀라이프 연재를 시작합니다. 12월 첫째주에 발행된 빅이슈에서는 물건&집 편에 대해 다룹니다. 물건을 줄이는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읽어봐주세요. 사진으로 보려면 클릭해서 손가락으로 확대하면 글자를 확대해 볼 수 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울지는 몰라도 정신적으로 빈곤한 현대인의 삶에 필요한 것은 물건을 줄이는 일이다. 물건을 줄이면 삶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답답했던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청소시간이 줄며, 집이 넓어진다. 그리고 비워진 자리에는 진짜 소중한 것들이 채워진다. <서문>

내 소품은 여행가방 하나에 다 들어간다. 지난 4년 넘게 물건을 줄일 만큼 줄이니 딱 요만큼만 남았다. 이 안에는 식기나 신발, 옷,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은 제외하고 보험증서, 액세서리 수납함, 문구, 카메라, 책 몇 권, 그 밖의 자잘한 물건들이 들어있다.

내 물건이 여행가방만큼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말도 안돼” “불편하지 않아?” “그걸로 생활이 가능해?” 대답은 최소한만 있지만 쓰지 않는 것도 부족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여행가방을 볼 때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최소한만 있어도 충분한 거였구나. 그동안 도대체 왜 그 많은 물건들을 떠안고 살았던 걸까?’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나는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사람이었다. 약 300권의 책, 200여장의 CD, 그리고 화장대에서 넘칠 정도로 많은 화장품들.

그러나 나는 내 인생이 가장 힘든 시기에 물건을 비우기 시작하면서 적게 소유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비우면 비울수록 홀가분함은 커졌고, 스트레스는 사라졌다. 그리고 물건을 쓰고 관리하고 청소해야 하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찾게 되었다. 또한 더 이상 불필요한 물건들을 사느라 돈, 시간,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게다가 체감하는 집의 크기가 두 배 이상 넓어졌다. 물건이 줄고 이에 따라 화장대, 행거, 옷장 한 짝 등 수납용 가구의 상당수가 없어진 덕이다. 최소한의 물건과 가구만 있는 집은 호텔방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고의 인테리어는 이것저것 인테리어 소품을 사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여백을 늘리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작은 집에서도 넓고 기분 좋게 살 수 있어서 더 이상 큰 집으로 이사할 필요도, 그에 따라 대출을 할 필요도 없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누군가에게 쫓기듯 일해야 할 필요도 없어졌음은 물론이다. 이사 비용도 들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30분 내로 모든 이삿짐을 싸서 내가 가진 경차로 간단하게 이사했다. 일상이 여행처럼 자유로워서 좋다.

우리는 소유한 물건들이 다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중에서 꼭 필요한 것은 20%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필수품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쌓아놓은 물건이거나 약간의 취향과 편리에 따라 추가된 물건일 뿐이다. 이 불필요한 80%를 보관하느라 우리는 물건의 집세를 내면서 살고 있다. 옷방의 집세, 책방의 집세를 내느라 아등바등 일하고 있다.

물건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보아야 한다. ‘과연 이 물건이 나를 진정 행복하게 해주는가?’를 몇 번이고 물어본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사실을 알아도 사람들은 물건을 줄이지 못한다. 언젠가 쓸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몇 년간 보지 않은 책도 언젠가 볼 것 같고, 쓰다만 화장품도 언젠가 쓸 것 같다. 그러나 진실은 지난 몇 년간 언젠가가 오지 않은 것처럼 앞으로도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에게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물건을 줄여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말고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 순으로 비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약, 식품, 화장품, 잡지 등 기간이 지난 것부터 손톱깍이·펜·수첩처럼 몇 개씩 있는 것, 애정 없는 로고 찍힌 기념품, 지난 2년간 쓰지 않은 것, 가전제품이나 가구, 추억의 물건과 같은 순으로 비워내면 수월하다. 줄일 때는 게임처럼 하루 1~3개씩 정해서 줄여도 좋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눈에 보이면 조금씩 비워도 좋다.

이 때는 예쁜 박스 하나가 필요하다. 물건을 비울지 말지 결정하기 어려울 때 이 박스에 넣으면 좀 더 수월하게 물건을 줄일 수 있다. 나중에 이 박스에 모인 물건을 살펴보고 버릴 것은 버리고, 팔 것은 팔고, 기부할 것은 기부하면 된다.

성격 급한 사람이거나 물건 줄이기 중수 이상이라면 조금 더 빠르게 물건을 줄이는 방법을 쓸 수 있다. <미니멀리스트> 저자들처럼 모든 물건을 포장해놓고 쓸 때마다 한 개씩 꺼내며 남길 물건을 찾는 ‘짐싸기 파티’ 방법이 있고, 나처럼 ‘언제 돌아올지 모를 장기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하고 여행가방에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건을 담는 방법도 있다. 무엇이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물건을 줄이면 된다.

그런데 물건을 줄일 때는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심플라이프(미니멀라이프)는 단지 물건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비워진 자리에 진짜 소중한 것들로 채우기 위함이라는 점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여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시간과 같은 것들이다. 사고 나서 조금만 지나면 방치될 불필요한 물건에 집착하면서 아등바등 살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 아깝다.

법정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떻게 하면 보다 단순하고 간소한 삶을 이룰 것인가. 이것이 현재의 내 유일한 소망이다. 의식주를 비롯해서 생각이며, 생활양식 등을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누리고 싶다. 사들이고 차지하고 한동안 시들해지면 내버리는, 그래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소비의 순환에서 될 수 있는 한 벗어나고 싶다. 끝없이 형성되고 심화되어야 할 창조적인 인간이 어찌 한낱 물건의 소비자로 전락될 수 있단 말인가.”

탁진현 웹사이트 심플라이프(simplelife.kr) 운영자. 칼럼니스트 겸 강사

2018-06-08T11:38:5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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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리
'가장 단순한 것의 힘-인생을 바꾸는 미니멀워크' 저자 탁진현. 심플라이프 운영자. 7년차 미니멀리스트. 삶을 간소화하는 것은 개인, 가족 그리고 나아가 사회와 지구를 치유한다고 믿습니다. 집, 몸, 돈, 일, 관계, 마음 등 단순화에 대한 영감과 노하우를 제공합니다. 칼럼기고/강연강의/인터뷰 문의는 friend@simplelife.kr, 010-6662-9431 [운영자소개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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