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없는 책상
나는 신문사에서 약 10년을 일하면서 늘 1분1초에 쫓기며 허겁지겁 살았다. 산더미 같은 일에 짓눌렸으며, 사람 때문에 괴롭기도 했다. 야근, 주말 근무는 일상이었다. 몸과 마음은 지쳤고, 머릿속은 복잡해서 터질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난 물건을 비우기 시작했다. 집 베란다에 쌓아놓은 7개의 서류 박스를 비웠는데, 텅 빈 베란다를 본 순간 머릿속이 막 포맷한 컴퓨터처럼 리셋되는 기분을 느꼈다. 직장 스트레스로 늘 무거웠던 마음이 처음으로 가벼워졌다.
그 뒤 일 년쯤 지났을까? 회사에서 개인 책상을 없애고 공용 책상으로 바꿀 예정이니 책상에서 각자의 짐을 없애라고 했다. 밖에 나가 열심히 취재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다른 기회라고 생각했다. 집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내 물건을 없앨 절호의 기회!
그래서 책상에 쌓여있는 서류를 없애고, 데스크톱 컴퓨터를 없애고 (노트북이 있으므로 그럴 수 있었다), 몇십개씩 쌓아놓은 볼펜을 없앴다. 이것으로 할 일은 다 했지만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굳이 치울 필요 없는 사물함까지 텅 비웠다. 칫솔과 치약마저 휴대용으로 바꿔 핸드백에 넣었다.
책상 위는 비행기 활주로 마냥 깔끔해졌고, 남은 건 노트북과 볼펜 하나, 수첩 하나가 든 노트북 가방 하나뿐이었다.
당시의 경험은 내게 예상치 못한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책상 위에 아무 것도 없어지자 노트북 안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집중력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회사에 개인적인 물건이 없으니 마치 언제라도 회사를 그만둬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물론 현실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후로 나는 일에서 적극적으로 불필요한 것을 비워나갔다. 노트북에서 불필요한 파일을 줄이고, 수백개의 즐겨찾기를 줄이고, 수천개의 메일함을 비웠다. 정보를 내가 한 눈에 쉽게 볼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만큼만 두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아가 의미 없이 인터넷 서핑 하는 시간, 멍하게 있는 시간 등 불필요한 시간마저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일이 괴로운 원인에는 일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물건의 영향도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필요한 것들로 가득 찬 환경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해서 집중력을 방해하고 일을 더뎌지게 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헤집어놓는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쫒겨 났다가 복귀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오래된 서류와 장비를 없앴던 건. 그는 제품을 내놓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그 외의 불필요한 것을 최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