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작을 쓰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썼다가 쉬었다가 썼다가 며칠 쉬었다가 합니다. 지난 슬픔을 끄집어내는 글을 쓰면서 슬픔에 젖었다가 다시 담담한 마음으로 돌아와 글을 지우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저는 이 책을 쓰기까지 만 6년이나 걸렸습니다. 이 책을 쓴다는 건 제 비움의 여정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나를 마주하고 지난 슬픔의 찌꺼기까지도 털어버리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써야겠다고 결심한 건 물건을 비우기 시작할 무렵부터였지만 오래도록 마음을 다 비우지 못해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공개적으로 내보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그런 마음을 비울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차기작에서 정해진 건 저 스스로 정한 제목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만 정해놓고 있는 건 4월 안에 원고를 끝낼 거라는 것, 전작인 <가장 단순한 것의 힘>이 자기계발서라면 이번 책은 소설 같은 에세이가 될 거라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출간은 언젠가 될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넘기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야만 제가 다음 비움의 여정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제 비움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갈길이 한참 멉니다.
오늘도 저는 제 마음을 비우기 위해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훨씬 어려움을 거듭 느끼고 있습니다. 비움은 다음생을 위해 이 생의 죽는 날까지 연습해야할 숙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